11년이 흐르고, 영화는 청소년이 된 파멜라의 시점으로 다시 시작한다. 그녀는 긴 시간을 지나쳐 빅토르와 재회한다. 재회는 표면적인 기쁨을 적시하지만, 또한 비어 있는 시간 동안 만나지 않은 두 사람의 거리감을 이면에 남겨둔다. 11년 동안의 잃어버린 시간이 두 사람의 만남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물리적인 시간의 공백은 영화에 주어지는 어떤 장면보다 큰 힘으로 인물들을 망설이게 하고, 흔들리게 만든다. 한센-러브는 단 하나의 플래시백도 없이 그들의 현재를 연민하면서 엄격한 한계를 부여한다. 재회한 아버지와 딸이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그 자리에는 슬픔과 우울이 감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그 자리에는 6살 아이가 감당했어야 하는 고통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센-러브의 영화에서 성장하는 주체는 어린아이들만이 아니다. 빅토르는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고 성찰하지만 끝내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파멜라가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빅토르는 죽음을 선택한다. 그들의 두 번째 이별은 파멜라에게 또 다른 현실을 전해준다. 그것은 11년 전에 치렀어야 할, 그러나 제대로 완수되지 않고 지연된 채로 남겨져 삶의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낸 아버지와의 이별을 대면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빅토르의 장례식이 끝난 뒤, 그가 간직한 편지를 들여다보고 거기 적힌 문장을 번역하는 것은 애도와 상실의 뒤늦은 시간성을 체감케 한다. <모두 용서했습니다>는 인물의 뒤편에 아무렇지도 않게 존재하는 시간에, 우리의 슬픔에 관여하지 않는 무관심한 세계에 대해 편지에 적힌 문장을 읽는 파멜라의 목소리로 응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