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지 음악을 하는 DJ인 폴 발레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친구 스탄과 ‘치어스’라는 듀오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수많은 친구와 동료를 만난다. 버려진 건물에서 음악을 시작한 폴은 90년대 프랑스 하우스 음악을 가리키는 용어인 ‘프렌치 터치’의 유행을 타고 뉴욕 MoMA에 초청받아 공연할 만큼 성공한 음악가가 된다. 영화는 폴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20세기의 끝자락을 통과한다. 스크린에는 깜빡거리는 조명과 클럽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들고 폴이 마주하는 시간은 젊음, 과잉, 운명의 변화를 몸에 새기는 한 세대의 연대기로 거듭난다.

영화가 지켜보는 것은 작은 공동체의 기록이다. 폴은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고, 취한 채로 논쟁을 벌이다가 클럽에서 음악을 듣는다. 한센-러브는 두 개의 파트로 나뉜 이 영화에서 1부는 “그룹의 일원이 되는 것에서 오는 친밀함과 기쁨”을 전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라다이스 개러지’라는 1부와는 다르게, 2부는 한국어 제목의 부제이기도 한 ‘로스트 인 뮤직’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그들은 낙원을 잃어버린 것이다. 혹은 그들이 더는 세계의 낙원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폴이 추구하는 개러지 음악의 유행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후반부의 허름한 클럽에서 그들은 음악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권고를 듣는다). 폴은 갈수록 코카인에 의존하고 막대한 빚에 허덕이며, 친구의 자살과 연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90년대 초반에 시작해서 2013년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이 넘는 시간을 숨가쁘게 통과하는 이 영화에서 폴은 결말 즈음에 이르러서도 영화의 첫 부분과 외형적으로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기 전에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결정되는 것을 수동적으로 바라본다. 미아 한센-러브의 영화에서 시간은 붙잡지 못한 단면처럼 지나간다.

후반부의 한 장면에서 바닥에 엎드린 폴은 흐느끼면서 음악을 꺼달라고 말한다. 그를 달래는 연인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답하지만, 폴은 여전히 고통스러워한다. 과거에 연인 줄리아에게 하우스 음악을 들려주면서 “집에서 매일 듣기는 싫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반응에 “아니, 매일 들을 수 있어”라고 말하던 폴은 이제 아무런 음악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방에서조차 시끄러운 음악의 환청에 고통받는다. “매일 들을 수 있어”라는 대답은 폴의 의지를 초과하는 명령으로 되돌아온다. 그는 말 그대로 음악을 매일 듣는다. 음악이 들리지 않고,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그는 90년대, 하우스 음악, 그 시대에 가능했던 음악가 공동체의 유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