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감독의 데뷔작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처음부터 장편영화로 기획되었던 영화가 아니라, 수년간 각기 다른 시기에 연출한 세 편의 단편영화를 배열한 후 몇 가지 영화적 장치를 더해 조립한 영화였다. 신동민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당신으로부터>는 데뷔작에서 보여주었던 이러한 영화적 실험의 확장판이자, 신동민 감독의 진짜 첫 장편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세 개의 챕터는 얼핏 보기에 서로 관계없는 별개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각 챕터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두 번째와 세 번째 에피소드를 연결시키는 서사적 설정들이 숨어있다. 따라서, 챕터1의 민주와 챕터2의 금주, 챕터3의 동민은 서로 다른 인물인 동시에 한 명의 인물이고,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세 인물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굴이 다른 배우가 다른 이야기에서 같은 인물을 연기해도 서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데뷔작에서 얻은 영화적 성취는 가족과 어머니, 부재한 아버지라는 동일한 주제와 함께 <당신으로부터>에서 훨씬 구체화되고 확장되었으며, 훨씬 더 정교해졌다. 챕터 사이에 놓여 두 개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음악과 점점 구체화되어가는 아버지 형상의 흥미로운 활용, 그리고 마지막에 심어 놓은 유머는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 흥미로운 영화적 실험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고 얼마나 깊어질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당신으로부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신동민 감독의 첫 번째 세계는 충분히 인상적이고, 충분히 독창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