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영화제(2022)
노래하는 사람Storytellers
하마구치 류스케, 사카이 고
- 일본
- 2013
- 120min
- 15 +
- color
- 다큐멘터리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하마구치 영화에 중요한 흔적을 남겼다. 센다이미디어센터의 기획과 도쿄예술대 대학원의 제안으로 하마구치 류스케는 재해 현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에 착수한다. 2년여의 시간을 들여 진행된 작업은 이른바 ‘도호쿠 기록영화 3부작’으로 완성됐고 그 중 <노래하는 사람>(2013)은 도호쿠 지역에 구전되는 민담의 구술 기록이다. 극영화 작업을 중심에 두고 있는 하마구치에게 다큐멘터리 작업은 예외적인 시도였을지 몰라도 일련의 작업이 그의 영화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고 또 중요하다. 하마구치는 3부작을 통해 ‘듣는다’는 행위의 의미와 ‘듣기’의 방식과 그 힘을 깨달았고 그것이 이후 자기 영화에 영향을 끼쳤음을 공공연히 말해왔다. <노래하는 사람>의 청자는 당시 78세인 민담 수집가 오노 가즈코 씨다. 그녀 앞에서 나이 지긋한 세 명의 화자는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조부모와 부모가 들려준 지역 민담을 풀어내 본다. 영화는 화자와 청자가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반응하는 모습을 충실히 담으려 한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는 화자 즉, 이야기꾼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음성과 이야기 속 역할에 맞게 목소리와 억양을 달리하며 일인다역을 소화하는 화자의 육체를 통과하며 되살아난다. ‘지금, 이곳’에서 민담은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이야기가 끝나면 화자와 청자는 각자의 경험과 처지, 감정에 비춰 민담을 둘러싼 얼마간의 해석과 주석을 덧붙이기도 할 것이다. 화자의 육체뿐 아니라 청자의 반응하는 육체까지 지나고 나면 이야기는 한층 더 깊이감 있는 두께를 얻는다. 하마구치는 이것이야말로 연기할 때 배우의 몸에서, 배우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과 유사한 게 아니겠느냐고 묻는 듯하다. 우리가 말하는 이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잘 들을 수만 있다면, 오직 그때만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일과 마주칠 수 있지 않겠는가. 그 가능성을 타진하게 해준 영화 <노래하는 사람>이다. (정지혜)
About Movie
일본 시민들이 겪은 3‧11 동일본 대지진에 관한 아카이브 필름 <파도의 소리>(2011), <파도의 목소리: 게센누마 편>(2013), <파도의 목소리: 신치마치 편>(2013)에 이은 이른바 ‘도후쿠 기록영화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영화는 1970년부터 민담 수집활동을 하고 있는 오노 카즈코와 함께 도호쿠 지역의 피해자들을 찾아가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지역 민담을 수집하는 다큐멘터리이다. 분명 다큐멘터리지만, 영화 속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민담을 이야기할 때는 마치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관객은 말하는 이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생명을 얻게 되고, 또 카메라에 기록하면서 그 생명을 이어가는 신비의 과정을 만나게 된다.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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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Hamaguchi Ryus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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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 고Sakai K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