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다큐멘터리스트 이일하의 신작 <모어>는 평생을 차별과 혐오와 배제 속에서 살아온 트랜스젠더이자 스스로를 털 난 물고기, 毛魚(모어)라고 부르는 드랙퀸 아티스트인 ‘모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전체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먼저 어린 시절 선생님, 누구보다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을 모어의 부모, 20년 된 애인 제냐, 옛 고향 친구 선영, 영화 <헤드윅>(2001)을 연출한 존 카메론 미첼 등 여러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는 모어의 일상과 ‘미국 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행사’의 공연 연습 과정을 따라가면서 모어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과정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모어의 장기인 춤과 드랙퀸 공연을 이랑을 비롯한 여러 뮤지션의 노래와 결합하여 아름답고 기괴한 뮤지컬 장면을 만들고, 이를 통해 모어가 평생에 걸쳐 품고 살아온 깊은 분노와 고통스러운 내면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작년과 올해 나온 한국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인 <모어>는 이렇게 두 개의 축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자신을 차별하고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세상을 향해 춤이라는 도구로 당당히 맞서는 투사이자,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프로 댄서이면서, 때로는 소녀같고, 때로는 악마 같고, 때로는 남자 같고, 때로는 여자 같은 ‘모어’라는 인물과 그 내면을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