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호수에 가라앉은 자동차를 구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인간이 모는 자동차가 아닌 거대한 얼음이다. 얼음의 단단함과 장엄함을 앞에 둔 인간은 아슬아슬하고 무기력하다.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깊고 오랜 호수인 바이칼 호수, 허리케인이 지나간 마이애미 비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앙헬폭포에서 포착한 다양한 물의 형태를 실제 움직임의 4배 느린 속도로 촬영했다. 영화는 89분의 런닝타임동안 몇 마디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별도의 서사도 필요 없다. 경이로운 자연 그 자체가 스토리이고 사운드가 되는 경이로운 경험이 스크린을 통해 펼쳐질 뿐이다. 잔잔하지만 때론 위협적인 호수, 떠다니는 빙붕, 성난 듯 으르렁대는 파도, 태풍에 휩싸인 도시, 쏟아지는 폭포, 이것 만으로 그 어떤 영화보다 역동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본능과 직관의 감독으로 불리는 러시아 다큐멘터리의 거장 빅토르 코사코프스키의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