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영화제(2021)
최선의 삶Snowball
이우정
- 한국
- 2020
- 110min
- 12 +
- DCP
- 드라마
멀쩡하던 인간관계는 때론 너무 쉽게 부서진다. 강이, 소영, 아람은 가정환경도 성격도 다르지만 서로 죽이 잘 맞는 절친 여고생이다. 세 친구는 어느 날 가출을 한다. 친한 친구와는 절대 여행가지 마라는 말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가출에서 돌아온 후 절대 깨질 것 같지 않던 그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관계의 한 귀퉁이가 부서지기 시작하면 상대는 서로를 할퀴기 시작한다. 싸움의 목적은 관계의 복원이 아니다. 한쪽은 기를 쓰고 상대를 망가뜨리려고 하고 한쪽은 망가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처참한 개싸움에서 승리하는 방법 따윈 없다. 친구가 삶의 전부였던 세계를 함께 살았던 이 세 친구가 이 세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그저 최선을,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수치심에 몸부림치는 소영은 모든 걸 강이의 탓으로 돌리며 끊임없이 강이를 괴롭히고, 강이는 그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칼을 든다.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아람은 점점 자신의 세계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이우정 감독은 어느 누구도 쉽게 악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는 세 친구의 미묘한 감정과 미세한 심리 변화를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강이의 목소리로 시작해서, 강이의 목소리로 끝나는 이 영화는 명백하게 강이의 최선에 관한 이야기이고, 동시에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쁜 걸 선택하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다. 여고생의 세계가 이렇게 확장될 수 있는 건 울퉁불퉁한 인물들에 생명을 부여한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의 눈부신 연기 덕분이고, 이를 바탕으로 능숙하게 관객을 설득해서 공감을 이끌어낸 이우정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다.〈최선의 삶〉은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우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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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정LEE Woo-jung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상업영화 편집보, 장단편 독립영화 주조연 배우로 활동했다. 단편 <송한나>(2008)로 첫 영화 연출을 시작했으며, 단편 <애드벌룬>(2011)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여러 편의 단편을 연출하고, 주조연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제작한 옴니버스 장편 <서울연애>(2014)에서 <서울생활>을 연출했다. <최선의 삶>은 첫 장편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