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이 괴한으로부터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다. 이 첫 장면은 보는 이에게 충격을 주지만, 정작 겪은 이는 영화 속에서 태연하다. 범인을 잡기 위해 직접 나서면서도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을 보낸다. 영화의 제목인 ‘엘르’는 프랑스어로 ‘그녀’를 의미한다. 이는 파괴력 있는 인물인 ‘미셸’을 지칭함과 동시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이자벨 위페르’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원초적 본능>, <쇼걸> 등 사실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인간 내면의 본성을 보여주는 폴 버호벤 감독의 신작으로, 피해자이기보다는 가해자로, 상황에 운영 당하기 보다는 장악하기로 결심한 이의 욕망과 행위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감각적인 심리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프랑스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선정 2016 베스트 10에서 2위에 오른 작품​